[논제] "기술 시대에 필요한 인간의 지혜는 무엇인가?”
이에 답하기 위해 아래 제시문의 저자가 주장하는 내용을 파악한 후, 그 주장이 전제하고 있는 명제들을 비판적으로 고찰하시오.그리고 최첨단 기술 문명 시대를 살아가는 고등학생으로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여, 명확한 논변으로 구성하여 답하시오.
[답변]
제시문 속 서술자는 기술 권력이 인간을 유토피아적 목표를 향해 나아가게끔 강제하는 측면을 보인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강제성은 인간의 행동 범주 및 사고 범주에 있어 "자동적 유토피아 주의"를 주입한다. 그로 인해 다양한 관심사와 지혜의 범위와 경계가 모호해지고, 이 때문에 모든 것을 아우르는 궁극적인 관점의 질문에 맞닥뜨리게 되며 이때 그러한 궁극적인 질문에 답변하고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지혜를 "최고의 지혜"라고 칭한다. 하지만 인간은 그러한 지혜를 가지고 있지도 않으며, 애초에 그런 진리성을 가진 지혜는 존재하지도 않는다는 현대인들의 태도 때문에 "자동적 유토피아주의의 그늘"은 현대 사회에서 더 부각된다. 하지만 서술자는 기술 권력 시대의 정점, 즉 미래에 최고 지혜를 발휘해야 할 대상을 현재의 인류는 알 수 없으므로 우리는 필시 최고 지혜를 적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술에 기반한 우리의 다양한 행동들은 우리와 미래의 미지 대상에게 적용될 수 있는 새로운 윤리, 즉 광범위한 책임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오직 현재만을 살아가는 현 인류는 미래에 기술이 미칠 궁극적 영향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에 이 책임의 일부를 담당할 수 있는 최고 지혜는 중요하다. 또한, 기존의 대의 정치 체제를 통해 알 수 없는 미래를 위한 최고 지혜를 축적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대의 정치에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은 오직 현재의 이해관계 만을 따져서 정치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무지한 미래에 대한 책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결론적으로 서술자는 "어떤 통찰과 가치 지식이 현재에서 미래를 대변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남긴 채 제시문을 마무리한다.
앞서 설명한 내용을 토대로 생각해보면, 서술자는 자신이 던진 저 질문의 답으로 대의 정치
외의 또는 대의 정치를 수정한 정치 체제 속에서 광범위한 책임에 관한 최고 지혜의 마련이
필요하다고 대답할 것이다. 나 또한 기술 시대의 정점보다 이전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개인으로서 미래의 미지의 대상에 대한 책임론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기에 서술자의 주장에 동의한다. 한창 기술이 발전하고 있는 시기에 저러한 추상적인 대상에 관한 충분한 토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미래에 궁극적인 문제해결 방법을 찾기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 현대인들은 어떤 통찰과 가치 지식을 통해 미래를 대변해야만 하는가? 나는 그에 대해 답변하여 기술 시대에 필요한 인간의 지혜를 설명하도록 하겠다.
먼저, 기술 시대란 기술의 영역이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어 기술이 더욱 중요해지고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사회를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도 기술 시대에 포함되지만, 그 정점은 미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미래를 모르기 때문에 그 정점의 시기에 어떤 문제점이 발생하는 지에 대해 무지하다. 그러므로 우리는 알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사용될 수 있는 인간의 통찰력, 즉 기술 시대에 필요한 "최고 지혜" 라고 볼 수 있는 능력은 "이성 기반의 상상력"이다. 인간은 미래를 모르기 때문에 미래를 이성적으로 상상하고, 상상을 통해서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다시 말해 어떤 대상에 무슨 책임을 져야 하며 그것을 현대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나는 이 "이성 기반 상상력"을 발휘하기 위해 도움 받을 수 있는 자료는 이미 세상에 충분히 많이 그리고 꾸준히 제공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책, 잡지, 뉴스, 소셜 미디어 등 수많은 매체를 통해 이미 미래의 기술이 어디까지 발전할 것이며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 사회에 나타나며 그것의 윤리적인 문제점, 경제적인 문제점은 무엇일지 추론하고 설명하는 자료들은 이미 흔하게 퍼져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이 현실을 바꾸어 나가기 위해 다양한 도움을 받아 "이성 기반 상상력"을 발휘하여 그로 인해 만들어진 가치 지식을 사회에 광범위하게 공유하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새롭게 형성된 가치 지식이 현재 대의 정치에 큰 영향력을 끼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옳다.
그럼 대체 어떤 방식으로 "이성 기반 상상력"을 탁월하게 발휘할 기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까? 이것은 교육 혁신과 저널리즘의 결합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교육 과정에서 미래 기술을 다루는 "기술" 과목, 사회 문제를 다루는 "사회" 혹은 "통합사회" 과목, 문학과 비문학을 배우는 "국어" 등 다양한 과목들을 개별 과목으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 발전과 그 영향 이라는 공통적인 주제를 다뤄 학습할 기회를 제공한다면
"이성 기반 상상력"을 발휘할 기회를 정기적으로 얻게 되고 그에 투자 할 시간이 제도적으로 주어진다. 학교 수업 시간에 기술 발전과 그에 대한 문제점, 책임론을 주제로 하는 책을 읽고 토론을 하고 그것을 글로 정리하는 것과 같은 활동은 결과적으로 학생들에게 기술 시대를 통찰하고 그에 대한 가치 지식을 형성 및 공유할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때, 저널리즘이 교육 혁신의 중심 축으로 자리한다고 할 수 있다. 학생들이 최고 지혜인 "이성 기반 상상력"을 발휘하기 위해 도움을 받는 자료로써 저널리즘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익히 들어본 <기억 전달자> 라는 작품을 예로 들어 설명하겠다. 학생들은 "기술 시대의 정점" 이라는 미지의 시기를 상상하기 위해 이 책을 읽고 그 모습을 상상할 수 있는 정보를 얻게 된다. 로이스 로리 작가의 이 소설에서는 "기억 전달자"와 "기억 보유자"의 역할에 대한 설명에서 "기억을 옮기고 삭제하는 기술' 이라는 현재로써는 불가능에 가까운 기술의 실현을 상상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상상을 통해 고찰해온 기술 시대의 모습을 토론을 통해 학급 친구들, 가족들과 공유하면서 자신만의 가치 지식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이러한 교육을 실행하고 있는 현대 교육 과정은 IB 교육으로 대표 된다. 旧에서 가장 강조하는 개념 중 하나가 글로벌 이슈 (global issue)인데, 다양한 글로벌 이슈 중 하나가 과학 기술이고 학생들은 과학 기술 이라는 주제를 다양한 과목, 구체적으로는 언어와 문학에서 배우는 작품과 관련 지으며 토론하는 수업을 할 수 있다.
그러한 독서, 토론 활동을 통한 주기적으로 해온 학생들이 어른이 되어 정치 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면 그들이 경험하고 살아가는 현재의 이해관계만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기술 권력 시대를 대변할 수 있는, 그러니까 대의 정치 체제 임에도 불구하고, 기술이 몇 단계 더 발전한 미래의 미지의 대상이 요구하는 책임을 대변할 수 있는 대의 정치 사회가 형성될 것이다. 오랜 기간 동안 관련 교육을 통해 가치 지식과 통찰력을 길렀기에 미래에 대한 보다 정확하고 다양한 추론을 하여 그 내용을 적용한 정치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활동이 정치인이 되는 것이든 일반적인 시민으로써 참여하는 것이든 말이다.
내가 만약 이 내용을 다른 사회 구성원에게 공유한다면 왜 굳이 "이성 기반" 이라는 말을 상상력 앞에 붙이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더불어, 아무리 이성에 기반한 상상력일지라도 "상상"일 뿐인데 어떻게 미래를 대변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놀랍게도, 내가 굳이 "이성 기반" 상상력이라고 칭하는 것은 앞서 두 번째로 언급한 지적의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서 이다. 기술은 사회를 구성하는 가장 현실적인 영역의 일환이다. 그러므로 미래 사회의 기술을 고려할 때에도 객관적으로, 다시 말해 이성을 사용해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최고 지혜인 이성 기반 "상상력"이 미지의 영역인 미래를 대의 정치 체제에서 대변하도록 도울 수 있는 이유이다.
Yeryeong Choi, 제33회 철학올림피아드(KPO) 은상 수상작입니다.
Writer : Yeryeong Choi
High School : Kyungpook National University High Sch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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